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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공부

말 잘하는 아이를 가진 부모들의 착각-무는아이

by 나쁜엄빠 2019. 11. 7.

무는아이

딸아이가 말이 빨랐다.

12월 생임에도 불구하고 어린이집 또래의 친구들보다 훨씬 더 말을 잘했다.

말이 빠르고 똑똑한 아이를 보며 항상 자랑스러웠다.

 

아이가 몇 개월인가요? 

네 XX개월입니다.

말을 정말 잘하네요~

잘하긴요 호^호^호^

 

처음 보는 부모들과 늘 있는 대화였다.

 

말을 잘하는 우리 아이가 '혹시 영재인가? 잘 키울 수 있을까?' 하는 쓸데없는 걱정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헛웃음만 나온다.

 

어느 날부터인가 아이에게 많은 것을 바라게 되었다.

내가 하는 말을 잘 알아듣고 이해하기에 뭐든 알려주면 다 알거라 생각했다.

고작 20개월 된 아이에게 무얼 기대했던 것일까

 

그런 와중에 둘째가 태어났다. 집안 분위기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첫째 아이가 상처받지 않게 더 신경을 써줘야 한다는 말에 전보다 더 보듬어주고 안아주었다.

친정엄마가 함께 있는 동안에는 그것이 가능했다.

무는아이

친정엄마가 가시고 나는 한마디로 멘붕 상태가 되었다.

그런 나의 스트레스는 첫째 아이에게로 향했고

아이가 실수를 하면 '왜 아직 이런것도 못해'라며 혼냈고

잘못을 하면 다 알면서 일부러 그러는 것 같아 더 혼냈다.

 

그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는 어린이집 친구들을 물기 시작했다.

사실 그 전부터도 무는 경우가 간혹 있기는 했지만

그 나이때에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라기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경우가 달랐다. 

친구의 손, 팔, 가슴 심지어 얼굴까지 

내 아이에게 안물린 친구가 없을 정도였다.

 

더 이상 아이가 어린이집에 머무는 시간이 나에게 쉼표가 될 수 없었다.

 

답답한 마음에 무작정 혼도 내보고

절대 안 된다고 윽박도 지르고

물면 얼마나 아픈지 살짝 물어서 알려주기도 했다.

 

그러나 아이는 나아지지 않았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남편과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똑똑하고 너무나도 잘 커주고 있다고 생각했던 내 딸아이가

우리에게 준 첫 번째 숙제였다.

 

며칠 밤을 이야기하며 고민했다.

점점 우리를 돌아보게 되었고 그때서야 뭐가 문제였는지 알았다.

 

바로 우리가 문제였다.

우리 아이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부모가 문제였던 것이다.

 

아이가 말을 잘한다고 무조건 똑똑하고 모든 게 다른 아이들보다 빠른 것은 아닌데

첫 아이라 우리가 너무 욕심을 부렸던건 아닐까.

 

아이들이 커가는 과정에는 편차가 있고

우리 아이는 그저 다른 아이들 보다 말이 빨랐을 뿐이다.

말을 아무리 잘해도 3살아이는 3살 아이일 뿐.

 

육아라는 것은 처음이라 무지했고 여유가 없었다.

가슴보다는 머리가 앞섰고 이 세상 평균에 맞춰 키우는 게 우리에게는 정답이었다.

 

아이에게 미안했고

내 잘못된 생각으로 인해 내 아이가 얼마나 많은 상처를 받았을까 싶어

너무 마음이 아팠다.

 

이후로 우리는 변했고 우리아이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때부터였다.

아이에게 문제가 생기면 먼저 우리를 돌아보게 되었다.

 

뜬금없이 개통령 강형욱 씨의 말이 생각난다.

나쁜 개는 없다. 나쁜 주인이 있을 뿐.

 

나쁜 아이는 없다. 나쁜 부모가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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